밤이 되면 화장실을 못 찾고, 어두운 복도에서 자꾸 옆에 부딪친다면. 낮에는 멀쩡한데 저녁만 되면 움직임이 조심스러워 보인다면. 이런 신호는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망막이 서서히 망가지는 신호일 수 있다.
PRA(Progressive Retinal Atrophy, 진행성 망막 위축)는 망막의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유전질환이다. 특히 아비시니안, 소말리, 뱅갈 같은 품종이 CEP290이나 RPGR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질 때 발병한다. 처음엔 밤에만 안 보이지만, 결국 낮에도 실명에 이른다. 초기 발견이면 항산화 식이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밤중 야맹증—PRA의 첫 신호
PRA는 저조도(어두운 곳)에서 활동하는 망막의 막대세포부터 망가진다.
- 해 질 무렵이나 밤에 움직임이 둔해진다
- 초대 받은 손가락이나 장난감을 따라가지 못한다
- 밤중 화장실·물그릇을 찾다 자주 벽에 부딪힌다
- 낮에는 거의 정상처럼 보인다 (밝은 환경에서는 아직 원뿔세포가 기능)
이 단계에서 수의사의 **안저검사(fundus exam)**를 받으면 망막 중심부가 약간 창백해지는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가정에서 테스트하려면 어두운 방에서 손전등으로 눈에 비춘 후 동공 반응을 확인—정상이면 즉시 수축하지만 PRA는 둔하다.
낮 시력 악화·동공 산대—2단계
6개월~2년 뒤 원뿔세포도 퇴화하면서 낮 시력이 떨어진다. 동시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동공 산대(동공이 평소보다 커짐)—빛을 받아도 동공이 정상만큼 축소되지 않는다.
- 밝은 곳에 나갔을 때 눈을 심하게 찡그린다
- 낮에도 물건을 더 가까이 가져가야 본다
- 소파에서 뛸 때 높이를 잘못 판단해 떨어진다
- 직진할 때 한쪽 벽에 기대며 진행한다
집 배치를 예상 밖으로 바꿔보면 적응 능력 저하가 더 명확해진다.
완전 실명·반사 소실—3단계
망막 광수용체가 거의 소실되면 완전 실명. 가장 확실한 신호는 완전 반사 소실—손전등으로 눈을 비춰도 동공이 움직이지 않는다.
- 빛에 대한 동공 반응이 전혀 없다
- 눈동자가 완전히 확장된 채 고정된다
- 어두운 곳에서의 행동이 밝은 곳과 비슷해진다
- 집 구도를 촉각과 청각에만 의존해 이동한다
이 단계면 시력 복원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는 3~6개월 뒤 새 환경에 적응해 정상 활동 수준을 회복한다.
항산화 보존 치료—망막을 지키는 식이 전략
안타깝게도 이미 망가진 광수용체는 회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남은 망막의 퇴화 속도를 늦추고 산화 스트레스로 인한 추가 손상을 미루는 것은 가능하다.
DHA—광수용체 세포막의 주요 성분
**DHA(도코사헥사에노산)**는 망막 광수용체 세포막을 이루는 핵심 지질이다.
망막 인지질의 약 50%를 차지하며, 빛 감지를 담당하는 세포소기관 구조 안정성이 필수다. 일반 육류나 곡물 사료만으로는 부족하다.
출처: 냉수 지방 생선(연어·고등어·정어리) 주 2~3회 30~50g, 생선유 보충제 일 50~100mg/kg 체중(수의사 상담 필수), 계란 노른자 소량. 고양이는 육식이라 식물 오메가-3 효율이 떨어진다—반드시 동물성 DHA 형태로.
루테인·제아잔틴—산화 스트레스 차단
이 카로티노이드 항산화제는 망막에 축적돼 자외선과 청색광 손상을 보호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식물 루테인 흡수 효율이 거의 없다.
닭 달걀 노른자, 명태 알, 처방 보충제 형태가 효과적이다. 실제로 일부 처방 식이요법 사료(Hill's Vision Care 등)는 이런 항산화제를 강화해 판매하고 있다.
타우린·비타민 E
타우린은 고양이의 필수 아미노산이면서 망막 산화 스트레스 완화에도 기여한다. 대부분 상용 사료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비타민 E는 지용성 항산화제로 세포막 손상을 줄인다. 계란, 생선, 닭고기에 소량 포함되며, 일반적으로 결핍은 드물지만 PRA 진단 후엔 수의사 검토 권장한다.
실제 일일 식단 구성(3kg 성묘 기준)
- 주식: AAFCO 인증 습식사료(100~130kcal, 단백질 40% 이상)
- 주 3회: 삶은 흰살 생선 한두 숟가락(DHA)
- 주 2회: 계란 노른자 1/4개(루테인·DHA)
- 일 1회(수의사 승인): 처방 항산화 보충제 또는 생선유 캡슐
옥수수유, 대두유, 초고지방 사료는 산화 스트레스를 높이므로 피한다. 비타민 A 과다도 역설적으로 망막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실명 단계 고양이의 삶의 질 유지
초기 발견과 식이 개선으로도 완전히 진행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환경 적응이 중요하다.
집 배치를 자주 바꾸지 말 것, 넘어질 위험 제거(높은 선반·계단에 안전문), 식기와 화장실 위치 고정, 큰 소리로 접근 알림. 고양이는 후각과 청각로 이동을 다시 배우고 보통 3~6개월 뒤 정상 활동을 회복한다.
반려동물 건강 이상 시 자가진단 대신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