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남기지 않는데 자꾸 살이 빠진다." 이 문장이 묘하게 이상하다 싶으면, 갑상선 기능항진증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7살 이상 성묘라면 더욱 그렇다.
고양이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갑상선이 과도한 호르몬을 분비하면서 몸 전체의 대사가 빨라지는 질환이다. 양성 갑상선 선종이 대부분의 원인인데, 호르몬이 계속 과다 분비되면 처음엔 체중 감소와 식욕 변화 정도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 비후까지 진행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초기에 발견해야 심장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뭘 먹어도 자꾸 야윈다면 의심해봐야 할 증상
많은 보호자들이 고양이의 체중 감소를 단순히 노화로 넘어간다. 그다음 빨리 마시는 물, 자주 가는 화장실, 밤낮으로 우는 울음소리 같은 신호들도 나이가 들면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건 함정이다.
초기 증상은 굉장히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식욕이 왕성해진다. 밥그릇을 깔끔하게 비우고도 더 달라고 울 정도인데, 갈비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체중이 줄어든다. 동시에 물을 원래보다 훨씬 많이 마신다.
손으로 화장실 모래를 자주 파기 때문에 화장실에 자주 드나드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신호는 활동성의 변화다. 어떤 고양이는 평소보다 훨씬 활발해져서 밤에 특히 시끄러울 정도로 뛰어다니고, 반대로 지친 듯 처진 고양이도 있다. 개인차가 크다는 뜻인데, 이 점이 진단을 늦추는 이유 중 하나다.
가정에서 직접 체크해볼 수 있는 관찰 포인트
수의사를 가기 전에 보호자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먼저 체중이다. 지난 3개월간 눈에 띄게 빠졌다면 동물병원에 가는 게 좋다. 목 아래쪽을 만져봤을 때 뭔가 불룩하거나 딱딱한 게 만져지면 갑상선이 부은 것일 수 있다. 고양이가 옆으로 누워 있는 자세에서 목 양옆을 부드럽게 만져보자.
배변 습관도 중요하다. 화장실 가는 회수가 평소보다 확실히 늘었는지 확인하고, 대변의 상태도 체크하자. 물 섭취량을 대략이라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그릇을 얼마나 자주 채우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방치하면 생기는 합병증: 심장 비후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오래 방치하면 가장 위험한 합병증은 심장 비후(심근병증)다. 과도한 호르몬이 심장 근육을 자극해 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현상이다. 이 상태가 되면 심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기침, 호흡곤란, 심한 경우 폐부종까지 진행될 수 있다.
또한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있으면서 동시에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호르몬 과다로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고, 이것이 신장 기능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생긴다. 혈압 상승도 함께 오는데, 이것도 신장과 눈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메티마졸 치료 중 식이 관리가 가장 중요한 이유
수의사가 메티마졸(갑상선 호르몬 억제제)을 처방했다면, 약물 치료와 동시에 식이 조절이 치료의 핵심이다. 메티마졸은 갑상선 호르몬 생성을 막는 약인데,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려면 식단 선택이 약물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
저요오드 식이가 기본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 합성의 필수 원료인데, 식단에서 요오드를 제한하면 갑상선이 호르몬을 만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일반 고양이 사료에는 요오드가 충분히 들어있지만, 처방식 저요오드 사료(일반 사료보다 요오드 함량을 크게 제한해 조제된 특수 식이)로 바꾸면 치료 효과가 더 좋다.
바꿀 때는 급하게 하면 안 된다. 7~10일에 걸쳐 천천히 섞어가며 전환해야 소화기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인간용 음식(치킨, 우유, 생선 등)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의외로 이런 음식들이 요오드를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인산 식이도 병행
갑상선 기능항진증으로 이미 신장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산 섭취가 높으면 신장 기능이 더 빠르게 악화된다. 저인산 식이는 신장 질환 관리의 기본 원칙이다. 특히 신장 효소(크레아티닌, BUN)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면 더더욱 중요하다.
처방식 사료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고려돼 있으므로, 수의사 지시 하에 정확히 맞는 사료를 선택하는 게 약물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
단계별 가정 관찰: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법
메티마졸 투약을 시작했다면 2~4주 후부터 변화가 보인다. 첫 신호는 대부분 식욕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전에는 밥 그릇을 자꾸만 비우려 하던 고양이가 이제 밥을 남기거나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그다음이 체중 회복이다. 이것은 천천히 진행되므로 한 달에 한 번씩 체중을 재는 것이 좋다. 동물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체중을 기록해두면, 복용 중인 약의 용량이 맞는지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물 섭취량도 줄어든다. 화장실 가는 회수가 확실히 감소할 것이다. 또한 고양이의 기분이 안정돼 밤에 덜 우르렁거리는 울음이 줄어든다.
이 모든 변화는 서서히 진행된다. 약을 먹은 지 1주일 만에 "우리 고양이가 나아졌다"고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최소 2~4주 뒤에 변화를 평가하고, 수의사와 함께 호르몬 수치 재검사(T4, Free T4)를 통해 약 용량이 적절한지 확인해야 한다.
약 투약 중에도 정기적인 혈액 검사가 필수다. 메티마졸이 간 기능과 조혈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2주 후, 2개월 후, 그 이후는 3개월마다 혈액 검사를 한다. 고양이가 불편해 보이거나 구역질, 무기력함, 옅은 잇몸 색깔 같은 부작용이 보이면 즉시 동물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한 식이 관리와 약물 치료로 잘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합병증으로 진행되면 치료가 훨씬 복잡해진다. 체중 감소, 다식, 빈번한 배변 같은 신호가 보이면 망설이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자.
반려동물 건강 이상 시 자가진단 대신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