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고칼슘혈증, 증상이 뚜렷할 때는 이미 중기

혈액 검사 없이 겉으로만 봐선 알기 어렵다. 식욕이 없다고 해서 흔한 신부전이라고 짚고 넘어가면, 더 심각한 고칼슘혈증을 놓치게 된다. 특히 원인불명의 특발성 고칼슘혈증은 초기에 증상이 모호하기 때문에 일상 관찰이 중요하다.

처음 알아채는 신호 — 무기력과 식욕 변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고양이의 활동량 저하다. 평소보다 자리를 잘 안 뜨고, 장난감에 반응이 느리거나 무심하다. 밥을 먹던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다. 이 정도면 많은 보호자가 "나이가 들었나 보네" 정도로 넘어간다.

그 뒤를 따라오는 신호가 물 섭취의 변화다. 자신도 모르게 수시로 물을 찾게 되고, 나흘이 지나도 물그릇이 비어 있다. 화장실 가는 횟수도 늘었다고 느껴진다. 한두 주가 지나면서 체중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한다.

중기 증상 — 구토와 식욕부진이 겹칠 때

계속 진행되면 구토가 생긴다. 음식을 조금 먹고 몇 시간 뒤에 토하거나, 물만 마셔도 역류하는 경우가 많다. 혈액 속의 칼슘 농도가 높으면 소화기관의 신경이 자극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선 식욕부진이 현저하다. 평소 좋아하던 사료도 냄새만 맡고 외면한다.

동시에 무기력이 더 깊어진다. 화장실을 가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만지면 몸이 뻣뻣하거나 근육이 약해진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이 단계에 도달했다면 이미 혈중 칼슘이 상당히 높은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놓치기 쉬운 합병증 — 신장 손상과 요석

고칼슘혈증이 만성화되면 신장 기능이 급격히 나빠진다. 칼슘 결정이 콩팥 세뇨관에 침착되어 신독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동시에 오줌에 칼슘과 인산염이 많아져 요석(돌)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특히 수컷 고양이라면 요로폐색(오줌이 나오지 않는 상황)으로 응급상황까지 빠질 수 있다.

일단 신부전이 진행되면 단순히 칼슘만 낮추기보다 신기능 회복이 훨씬 어려워진다. 그래서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다.

동물병원에서 받을 검사 — 추측 아닌 확진

혈액 검사에서 이온화 칼슘(ionized calcium)과 총 칼슘 수치를 측정한다. 정상 범위는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이온화 칼슘 4.5~5.3 mg/dL 정도다. 같은 날 신기능(크레아티닌, BUN), 인산염(phosphate), 부갑상선호르몬(PTH) 수치도 함께 본다. 이렇게 해야 고칼슘혈증이 부갑상선 종양 때문인지, 신장 때문인지, 다른 원인 때문인지 판단할 수 있다.

초음파나 흉부X선을 권할 수도 있다. 악성종양에서 비롯된 고칼슘혈증이 아닌지, 신장에 돌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스테로이드(프레드니솔론) 치료 중 식이 관리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고칼슘혈증이면 주로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을 처방한다. 스테로이드가 비타민D를 억제하고 칼슘 흡수를 줄이기 때문이다. 보통 0.5~1 mg/kg을 하루 한 번 또는 이틀에 한 번 먹인다.

이 기간에는 칼슘 함량이 높은 음식을 피해야 한다. 우유, 치즈,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은 당분간 금지다. 정어리나 멸치 같은 뼈째 먹는 생선도 줄여야 한다. 사료 라벨을 확인해 조회분(ash) 함량이 낮은 제품으로 바꾼다. 시판되는 신부전 전용 사료(저단백, 저인, 저칼슘)가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수의사와 상담하자.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핵심이다. 혈중 칼슘을 희석하고, 신장을 통한 칼슘 배출을 촉진하려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건식사료만 주기보다 습식사료나 고기 육수를 섞어 수분 함량을 30% 이상 유지하는 게 좋다.

비스포스포네이트(알렌드로네이트) 병행 시 저칼슘 주의

고칼슘 수치가 잘 내려가지 않거나 재발하면 알렌드로네이트(alendronate)를 추가한다. 이 약은 뼈 흡수를 억제해 혈중 칼슘을 감소시킨다. 보통 주 1회, 5~10 mg을 먹인다. 하지만 이 약을 쓸 때는 저칼슘 상태가 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이 필수다. 칼슘이 너무 내려가면 저칼슘혈증으로 근육 경련, 부정맥까지 생길 수 있다.

비타민D 수치도 함께 봐야 한다. 프레드니솔론이 비타민D 합성을 억제하므로, 일부 수의사는 적절한 시간에 햇빛을 쬐거나 필요시 비타민D 보충을 권한다. 단, 이는 개별 검사 수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임의로 비타민D를 과다 복용하면 고칼슘혈증이 악화된다.

가정에서의 모니터링 — 기록이 의료 진단을 돕는다

주 1~2회 체중을 재고, 섭취량·배뇨량·구토 횟수를 기록하면 수의사의 진단을 훨씬 정확하게 돕는다. 스마트폰 메모나 간단한 일지로 충분하다.

"월요일 체중 4.2kg, 밥 반공기, 물 250mL, 구토 1회 / 화요일 체중 4.1kg, 밥 거부, 물 흘리고 마심, 구토 없음" 이 정도면 된다. 약을 먹인 후 며칠째부터 변화가 생겼는지, 무기력함이 줄었는지 주관적 인상이 아닌 구체적 데이터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 검사는 보통 약 복용 시작 후 2주, 4주, 8주 시점에 재검사한다. 칼슘 수치 변화 추이를 보고 약의 용량을 조정하거나 유지하기 위함이다.

식욕 회복, 천천히가 정상 진행

약을 먹인 직후 급격하게 회복되길 기대하는 보호자가 많지만, 고칼슘혈증 회복은 서서히 진행된다. 보통 1주일 정도 지나야 무기력함이 줄고, 2~3주 후에야 식욕이 돌아온다. 완전 회복까지는 수 개월이 걸릴 수 있다. 신장 손상이 있었다면 더 오래 걸린다.

절대로 약을 중단해선 안 된다. 칼슘 수치가 정상으로 내려갔다고 자의로 투약을 멈추면 재발하거나 급격하게 악화된다. 수의사 지시에 따라 점진적으로 용량을 줄이거나, 유지량으로 오랫동안 계속해야 한다.


반려묘의 무기력함, 식욕 저하, 다뇨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구토가 동반되면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으세요. 특발성 고칼슘혈증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신장 손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자가진단 대신 정확한 의료 진단이 생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