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당뇨병, 생각보다 흔하다

고양이 당뇨병 환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비만, 나이, 고탄수화물 사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7세 이상 노령묘의 약 1~2%가 원발성 당뇨병을 진단받는다. 문제는 초기에 눈에 띄는 증상이 적어서 많은 보호자가 병원 방문을 미루다가 뒷다리 마비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집에서 자주 보는 작은 변화들이 사실 당뇨병의 신호일 수 있다. 물 섭취량, 배뇨 횟수, 체중, 뒷다리 힘 이렇게 네 가지만 잘 관찰해도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초기 신호: 물을 자주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본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다음(polydipsia)**과 **다뇨(polyuria)**다. 고혈당 상태에서 신장이 배출해야 할 포도당이 늘어나면서 삼투 이뇨가 발생한다. 간단히 말해 혈당이 높으면 그것을 희석해 배출하려고 신장이 열심히 일한다는 뜻.

보호자 입장에서는 물그릇이 평소보다 자주 비어있고, 화장실 모래에 덩어리가 크거나 자주 묻어나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다뇨가 진행되면 원래 깔끔하던 고양이가 갑자기 화장실 밖에서 배뇨하거나 야뇨(잠자다 소변 실수)를 하기도 한다. 요도염이나 방광염과는 달리, 통증 신호(울음·배뇨 곤란) 없이 단순히 양이 많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직접 경험상 처음엔 "여름이라 물을 많이 마시나 보네" 정도로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실내 온도가 일정한 집에서 갑자기 물 섭취량이 50% 이상 늘었다면 혈액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중기 증상: 밥을 먹는데 살이 빠진다

당뇨병이 진행되면서 인슐린 부족으로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한다. 신체는 에너지원을 찾아 근육과 지방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양이가 평소처럼(혹은 더) 밥을 먹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시기를 '역설적 체중 감소'라고 부르는데, 보호자들이 "밥을 잘 먹으니 건강해 보인다"고 착각하는 바람에 내원 시기를 놓치곤 한다. 고양이의 갈비뼈와 척추뼈가 만져지기 시작했다면, 최근 3개월간의 체중 기록을 보자. 5~10% 이상 감소했다면 당뇨병뿐 아니라 다른 내분비 질환도 의심해야 한다.

후기 증상: 뒷다리가 약해진다

고양이 당뇨병의 가장 위험한 진행 형태가 뒷다리 허약이다. 높은 혈당이 오래 지속되면 말초신경을 손상시키는 당뇨 다발성신경병증이 발생한다.

처음엔 뒷다리를 절뚝거리거나 계단을 올라갈 때 조심스러워한다. 그 다음엔 앞발로만 기어가거나 뒷발가락 패드를 제대로 밟지 못해 발목이 수직으로 꺾인 자세로 걷게 된다. 심하면 완전히 뒷다리를 못 써서 뒷발이 드래그된다.

다행히 초기 신경병증은 혈당을 빨리 정상 범위로 낮추면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수개월 이상 고혈당 상태가 지속됐다면 신경 손상이 비가역적일 수 있다. 그래서 물을 많이 마시는 시점부터 재빨리 동물병원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검사와 진단

당뇨병 의심 증상이 있으면 동물병원에서 **공복 혈당(fasting blood glucose)**과 **당화혈색소(HbA1c)**를 측정한다. 고양이의 정상 공복 혈당은 80~120 mg/dL인데, 당뇨 환자는 200 mg/dL 이상이 나온다. 여러 번 측정해도 130 mg/dL 이상이면 진단이 확정된다.

당화혈색소는 지난 2~3주간의 평균 혈당을 보여준다. 이 값이 높을수록 혈당 조절이 오래 안 됐다는 뜻이고, 신경병증 같은 합병증 위험이 높다.

인슐린 글라르긴(Lantus)으로 시작하는 치료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인슐린 치료를 시작한다. 고양이에게 주로 사용되는 인슐린은 **글라르긴(Lantus/Basaglar 등)**이다. 이는 24시간 지속형 인슐린으로, 하루 2회 또는 1회 피하 주사로 투여한다.

초기 용량은 보통 0.25~0.5 IU/kg로 시작한다. 3~5일 후 혈당을 재측정하면서 용량을 조정한다. 목표 혈당은 공복 100~180 mg/dL 정도. 너무 낮아지면 저혈당 위험이 있으므로 천천히 올려간다.

주의점: 글라르긴을 혼합하거나 따뜻하게 데우면 약효가 떨어진다. 냉장고에 보관하고, 주사 바늘은 매번 새것을 쓴다. 투여 부위는 목·등·옆구리를 번갈아가며 써서 같은 곳에 굳은살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인슐린 시작 후 1~2주 내에 다음다뇨가 호전되고, 2~4주 후 체중이 안정되기 시작한다. 신경병증 초기라면 뒷다리도 차츰 회복된다.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이 — 관해를 향한 길

고양이 당뇨병은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관해(혈당 정상화 후 인슐린 중단)는 가능하다. 특히 초기에 진단받고 빨리 치료한 고양이는 3~6개월 후 인슐린을 끊을 수도 있다. 그 열쇠가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이다.

고양이는 본래 육식 동물이라 탄수화물 소화 능력이 낮다. 그런데 일반 사료의 탄수화물 비율이 30~40%에 달한다. 이런 사료를 오래 먹으면 췌장의 베타세포가 과부하로 피로해지면서 인슐린 분비 능력이 저하된다.

당뇨 고양이에게는 탄수화물 10% 이하, 단백질 40% 이상의 습식 사료나 처방식을 준다. 로열캐닌·힐스 당뇨 전용 라인이나 고기 함유량이 높은 습식 사료가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분표 탄수화물 함량을 직접 확인하는 것.

혈당 모니터링도 병행해야 한다. 보통 2주마다 병원에서 점검하면서 인슐린 용량을 조정한다. 일부 보호자는 홈글루코미터로 직접 혈당을 재기도 하는데, 이는 동물병원의 지도 아래 진행해야 한다.

저탄수화물 사료 + 인슐린 치료 조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일부 고양이는 혈당이 정상 범위로 안정되고 인슐린 없이도 지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당뇨병 '관해'다. 다만 이후로도 같은 사료를 계속 줘야 고혈당으로 재발하지 않는다.

집에서 주의할 생활 관리

인슐린 투여 중에는 저혈당 쇼크를 피해야 한다. 저혈당 증상은 무기력, 경련, 의식 저하 등인데, 초콜릿·포도 같은 간식은 금지하고 항상 혈당계를 곁에 두는 것이 좋다.

인슐린 투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고양이가 주사 후에 밥을 먹도록 하자. 공복 주사는 저혈당을 초래할 수 있다.

정기적인 체중 측정과 물·소변량 기록도 중요하다. 주 1회 체중을 재고, 화장실 방문 횟수를 대략 기록하면 혈당 변화를 미리 감지할 수 있다.

스트레스도 혈당을 올린다. 격심한 환경 변화나 다른 질병이 발생하면 인슐린 용량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으니 동물병원과 자주 상담하자.


반려동물 건강 이상 시 자가진단 대신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