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고양이가 혈압약을 먹는데 혈압이 자꾸 올라간다면, 그 뒤에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입니다. 부신이 알도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과하게 분비하면서 혈압·혈중 칼륨이 연쇄적으로 문제가 되는 질환인데, 고양이도 발생하고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증상을 조기에 알아차리고, 집에서 무엇을 관찰해야 하며, 치료 중 어떻게 관리할지 찾는 보호자를 위한 가이드입니다.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이란 — 부신 호르몬의 과잉 분비

고양이의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은 부신 피질에서 알도스테론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분비되는 상태입니다. 알도스테론은 신장에서 나트륨 재흡수를 늘리고 칼륨 배설을 촉진하는 호르몬인데, 이것이 과잉 분비되면 혈중 나트륨은 높아지고, 칼륨은 떨어지며, 혈관 내 수분 정체로 혈압이 올라갑니다.

중년 고양이(7세 이상)에서는 부신 종양(선종 또는 암종)이 주요 원인입니다. 문제는 증상 없이 진행되다가 혈액검사나 혈압측정 때 우연히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혈압은 높은데 원인을 모르던 고양이라면 이를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증상 — 눈에 띄지 않는 신호들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의 가장 무서운 특징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보호자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면 이미 혈압이나 칼륨 수치가 상당히 악화된 상태입니다.

가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신호들을 정리하면:

  • 음수량 증가: 물을 마시는 양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어남
  • 식욕 부진: 밥을 예전만큼 먹지 않거나 관심이 줄어듦
  • 무기력함: 움직임이 둔해지고 잠드는 시간이 많아짐
  • 간헐적 구토: 거스름증이나 토하는 모습

이런 변화는 "나이가 들어서" 하고 지나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세 가지가 함께 나타나면 동물병원에서 혈압과 혈액검사를 받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단계별 진행 — 집에서 무엇을 관찰할까

초기: 무증상 고혈압 단계

부신 종양에서 호르몬이 살살 분비되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고양이는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수축기 혈압이 140~160 mmHg대(정상 110~130 mmHg 미만)입니다.

혈액검사도 아직 눈에 띄는 이상이 없으므로, 다른 이유로 검사했을 때 발견됩니다. 가정에서는 평소처럼 지내는지, 눈이 충혈되지는 않는지만 살피면 됩니다.

중기: 저칼륨혈증이 드러나는 단계

호르몬 과잉이 계속되면 혈중 칼륨이 3.5 mEq/L 아래로 떨어집니다(정상 3.5~5.0). 이때부터 근육이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 뒷다리 약해짐: 침대나 소파에 뛰어오르지 못하고, 계단을 힘들어하거나 자주 주저앉음
  • 목 늘어짐 현상: 목 근육이 약해져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목이 처지는 모습(수의학용어: ventroflexion)
  • 경직된 보행: 걸음걸이가 뻣뻣해지고 느려짐

동물병원 검사를 받으면 혈압 여전히 높음·혈중 칼륨 낮음·혈중 나트륨 정상 또는 약간 높음이 나옵니다. 수의사가 "저칼륨혈증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제기하기 시작하는 구간입니다.

후기: 근무력증에서 마비로

칼륨이 2.5 이하까지 떨어지면 상황이 위급해집니다.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앞뒷다리가 마비되거나 완전히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칼륨 유발 근무력증)가 됩니다.

뒷다리를 끌거나 일어나지 못하고, 목이 아래로 완전히 처지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한 호흡곤란까지 생깁니다. 의식은 있지만 몸을 움직이지 못합니다. 이 단계는 응급입니다. 즉시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칼륨 공급을 받아야 합니다.

진단과 스피로노락톤 치료의 작용 원리

혈압이 높으면서 저칼륨혈증이 지속되면, 수의사는 복부 초음파나 CT로 부신을 확인합니다. 한쪽 부신이 1cm 이상 커져 있으면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을 강력히 의심하게 됩니다.

스피로노락톤은 알도스테론의 작용을 직접 차단하는 약입니다(칼륨 절약 이뇨제). 이 약을 먹으면 신장에서 칼륨 배설이 줄어들고, 나트륨 재흡수가 억제되어 혈압이 천천히 내려갑니다. 고양이는 보통 체중에 따라 하루 12.525mg씩 12회 복용합니다.

스피로노락톤 복용 중 전해질 관리와 저나트륨 식이

스피로노락톤을 복용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칼륨을 보존하는 약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칼륨이 높아질 위험(고칼륨혈증)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나트륨 사료 선택

원발성 알도스테론증 고양이의 나트륨 제한은 혈압 관리의 첫 단계입니다. 일반 사료의 나트륨은 0.3~0.8%인데, 이들에겐 0.3% 이하의 저나트륨 사료(수의 처방식)가 권장됩니다.

집에서 직접 음식을 준다면 —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 후 — 염분 없는 닭가슴살, 흰살 생선, 삶은 채소를 주되, 바나나·건포도·시금치 같은 칼륨이 높은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정기 혈액검사의 필수성

스피로노락톤 시작 12주 후, 그리고 매 13개월마다 혈액검사를 받아 칼륨·나트륨·크레아티닌 수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 칼륨이 5.5 이상 → 약 용량 감소 또는 조정
  • 혈압이 여전히 높음 → ACE 억제제 같은 다른 혈압약 병합 고려
  • 신장 지표 악화 → 약물 재평가

수분 섭취와 소변 관찰

스피로노락톤은 수분 정체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신선한 물을 충분히 제공하되 고양이가 자발적으로 마시도록 유도하세요. 습식 사료는 자연스러운 수분 섭취 방법입니다. 소변도 관찰하세요. 평소보다 줄어들거나 색깔이 진해진다면 신장 스트레스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예후와 장기 관리

스피로노락톤이 종양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호르몬 작용을 억제해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늦추는 역할만 합니다.

많은 고양이가 약 복용 후 칼륨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가고, 근무력증은 회복되며, 혈압도 조절됩니다. 다만 부신 종양 자체는 천천히 자라는 경향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초음파와 혈액검사로 상태 변화를 계속 추적해야 합니다. 약의 효과가 떨어지거나 신장 지표가 악화되면 약물 조합을 바꾸거나 다른 치료를 고려합니다.

즉시 동물병원에 가야 할 신호들

  • 고양이가 갑자기 뒷다리를 끌거나 일어나지 못함
  • 평소보다 음수량·식욕·활동량이 급격히 변함
  • 혈압 수축기가 160 mmHg 이상 지속
  • 스피로노락톤 시작 한 달 후 혈액검사 미완료
  • 약을 먹인 지 2~3주인데 증상이 전혀 개선되지 않음

반려동물 건강 이상 시 자가진단 대신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