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FCoV)가 변이되어 생기는 복막염(FIP)은 초기 증상이 감기나 스트레스와 비슷해서 놓치기 쉽습니다. 특히 습식과 건식 유형이 다른 신호를 보내는데, 이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병원 방문 시기와 대처법이 달라집니다.
다만 같은 FIP라도 유형에 따라 초기 신호가 전혀 다르고, 치료 중 집에서 챙겨야 할 부분도 달라진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FIP: 습식과 건식, 다른 병처럼 보이는 같은 원인
FIP는 고양이가 이미 감염된 코로나바이러스(FCoV)가 어떤 이유로 변이되면서 발생합니다. 모든 FIP 고양이가 처음부터 증상을 보이진 않는데, 오랜 기간 바이러스를 보유하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FIP의 두 가지 유형—습식(삼출형)과 건식(육아종형)—은 바이러스가 신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습식 FIP는 복부나 가슴에 노란색 또는 투명한 액체가 고여 복부 팽창, 호흡 곤란 등 눈에 띄는 증상을 빠르게 보입니다. 건식 FIP는 장기 주변에 염증성 병변(육아종)이 생겨 증상이 더 천천히 진행되고, 실제로 감염된 장기에 따라 신호가 각양각색입니다.
습식 FIP: 빠르게 진행하는 신호들
습식 FIP는 발병 후 수주 이내에 명확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복부 팽창입니다. 작은 고양이의 배가 갑자기 임산부처럼 불어나거나 딱딱해지고, 누워 있을 때 몸의 한쪽이 더 부어 보입니다. 동시에 열이 나고 식욕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무기력함이 두드러집니다. 평소 활발하던 고양이가 어두운 곳에만 숨어 지내고, 누군가 건드리려 하면 으르렁거립니다. 호흡이 빨라지거나 숨이 가쁜 모습도 자주 보이는데, 이는 복부 액체가 폐를 압박하기 때문입니다.
눈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습식 FIP 고양이 중 일부는 홍채가 흐려지거나 눈이 붓는 증상(포도막염)을 보입니다. 햇빛에 민감해져 눈을 자꾸 비비거나 눈곱이 많아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건식 FIP: 천천하지만 교활한 신호들
건식 FIP는 습식보다 진행이 느려서 초기 증상을 단순한 불편함으로 넘기기 쉽습니다.
가장 흔한 초기 신호는 지속적인 미열입니다. 39~40°C 정도의 체온이 자주 감지되며, 계속되는 식욕부진과 체중 감소가 함께 나타납니다. 무기력함이 수주에 걸쳐 천천히 진행됩니다.
건식 FIP는 바이러스가 특정 장기를 표적으로 하면서 그 장기 관련 증상이 먼저 드러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경계를 침범하면 뒷다리 마비나 균형감각 상실이 생겨 걷다가 비틀거리거나 옆으로 넘어집니다.
안구를 침범하면 동공 확대나 시력 상실이 일어나고, 고양이가 익숙한 계단을 잘못 내디디거나 어둠을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신장이나 다른 장기가 영향을 받으면 음수량 증가, 배뇨량 증가 같은 신부전 신호가 먼저 드러나기도 합니다.
GS-441524 치료 중 집에서 해야 할 모니터링
다행스럽게도 GS-441524는 지난 몇 년간 FIP 고양이의 생존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하지만 치료는 보통 4주에서 12주 이상 지속되며, 이 기간 동안 집에서 꼼꼼히 챙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매일 확인해야 할 것들
체온을 매일 같은 시간에 재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바이러스 치료가 효과를 보면 3~7일 이내에 열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2주 후에도 여전히 높은 체온이 유지된다면 치료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식욕과 수분 섭취량도 매일 기록하세요. 처음엔 밥을 안 먹다가 치료 2주 후부터 조금씩 먹기 시작하는 것이 정상 진행입니다. 1주일 지났는데도 여전히 거의 먹지 않는다면 동물병원에 연락해야 합니다.
배뇨와 배변 패턴도 관찰합니다. 특히 습식 FIP였다면 치료 초기에 복부 액체가 흡수되면서 화장실 횟수가 잠시 증가할 수 있습니다.
주 1~2회 자세히 봐야 할 부분
고양이의 체중을 같은 저울에서 같은 시간에 재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복부 액체가 줄어들면서 무게가 줄었다가, 식욕이 돌아오면서 다시 정상 무게로 돌아오는 곡선을 그립니다.
눈 상태도 지켜봅니다. 포도막염이 있던 고양이라면 눈이 투명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치료 중인데도 눈 충혈이나 분비물이 늘어난다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호흡 음성이 변했는지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습식이었던 고양이는 처음엔 숨이 차지만, 복부 액체가 빠지면서 호흡이 정상적이고 조용해집니다.
재발 징후와 응급상황의 경계선
FIP 치료는 완료 후에도 재발 가능성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치료 완료 후 수주 또는 수개월 지났는데 갑자기 다시 열이 올라오거나 식욕이 떨어집니다. 처음과 같은 패턴의 무기력함이 돌아오는 것도 위험신호입니다. 일부 고양이는 치료 중단 후 수개월 뒤에 재발하기도 하고, 다른 유형으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갑자기 심한 호흡 곤란이 생기거나 고양이가 응답하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해지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치료 중 갑자기 구토가 시작되거나 소변에서 혈뇨가 보인다면 약물 부작용이나 합병증 가능성이 있으므로 당일 병원 방문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정확한 진단이 치료의 시작
위에 적은 증상들은 참고일 뿐입니다. 복부 팽창, 지속적인 열, 식욕부진 같은 신호만으로는 FIP인지 다른 복강내 질환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복강천자(복부에서 액체를 채취해 검사), 혈액 검사, 필요하면 복부 초음파와 PCR까지 거쳐야 정확한 진단이 나옵니다.
고양이가 위에 적은 증상 중 2개 이상을 보이고 있다면 되도록 빨리 동물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으세요. FIP는 초기 진단 후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생존율을 크게 높입니다.
반려동물 건강 이상 시 자가진단 대신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