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물을 자주 마시고 체중이 자꾸 빠진다면 당뇨병일 가능성이 높다. 초기에 발견하면 인슐린과 식이 조절만으로도 꽤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지만, 방치하면 실명까지 갈 수 있어서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강아지 당뇨병은 어떤 병인가

강아지 원발성 당뇨병(제1형)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자가면역으로 파괴되면서 인슐린 분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질환이다. 개에게 당뇨병이 생기면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혈당이 높아진다. 결국 몸은 에너지 부족 신호를 느끼고 계속 음식을 찾게 되는데, 동시에 소변으로 고스란히 배출되는 당분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신다.

남은 것은 체중 감소다. 먹는데도 자꾸 빠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위험신호다.

초기 증상, 다음다뇨와 체중 감소를 놓치지 말 것

다음다뇨(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봄)

혈당이 높아지면 신장이 과하게 여과한 포도당을 소변으로 내보낸다. 이 과정에서 수분도 함께 빠져나가므로 강아지는 계속 목이 마르다. 같은 양의 사료를 먹는데 갑자기 물 섭취량이 2~3배 늘어나면 경계해야 한다.

소변 횟수도 눈에 띄게 는다. 밤중에 배변 실수를 했던 견이 갑자기 소변을 자주 본다면 더욱 주의깊게 봐야 한다.

체중 감소

가장 속이 쓰라린 신호다. 밥을 잘 먹는데 한두 달 사이에 1~2kg이 빠진다면 호르몬 불균형을 의심해야 한다. 먹는 양은 오히려 늘어나는데(음식을 더 찾음) 살은 빠지는 모순이 생긴다.

이는 포도당 흡수 부족으로 근육과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혼수·무기력

혈당이 극도로 높아지면 탈수 증상과 대사산증으로 강아지가 무기력해지거나 구토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응급 상황이므로 지체 없이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

당뇨성 백내장 — 늦으면 실명까지 간다

강아지 당뇨병의 가장 무서운 합병증이 백내장이다. 지속적인 고혈당이 안구 렌즈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개는 인간보다 백내장 진행이 빠르다. 당뇨 진단 후 수 주에서 몇 개월 안에 양쪽 눈이 뿌옇게 변할 수 있다.

처음엔 눈빛이 약간 흐린 것 같고, 계단을 내려갈 때 조심스러워 보인다. 점차 물체를 정확히 보지 못해 벽에 살짝 부딪치거나 밥그릇 위치를 못 찾는 모습이 보인다.

완전히 흐려지면 시력 회복이 어렵다. 혈당을 조기에 정상 범위로 낮춰야 백내장 진행을 멈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인슐린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NPH 인슐린으로 혈당을 다스리기

당뇨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NPH(중간작용) 또는 글라르진(초장시간작용) 인슐린 피하 주사를 처방받는다. NPH는 아침·저녁 두 번, 식사 시간과 맞춰 투여하는 게 기본이다.

주사 방법

피부를 부드럽게 집어올려 살짝 헐거운 주머니를 만들고, 그 안에 침을 45도 각도로 찔러 넣는다. 목 뒤쪽, 겨드랑이 아래, 엉덩이 옆 같은 피부가 얇고 약한 부위를 번갈아가며 선택하면 국소 지방위축을 피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견주가 처음엔 주저하지만 1~2주 안에 익숙해진다. 침은 매우 가늘어서(인슐린펜의 경우 31게이지) 강아지가 별로 아파하지 않는다. 오히려 먹이를 주면서 자연스럽게 주사하면 강아지도 여유있게 받아들인다.

용량 조절

초기 용량은 체중과 혈당 수치에 따라 정해진다. 통상 kg당 0.5~1.0 IU로 시작해 혈당 곡선(하루 종일 여러 번 측정)에 맞춰 조정한다. 저혈당(45 mg/dL 미만)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마음대로 늘리면 안 된다.

혈당 안정화 식이 관리 — 저단순당·고섬유질이 핵심

당뇨병 강아지의 식단은 일반 사료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저단순당 원칙

혈당지수(GI)가 낮은 음식을 선택해야 한다. 옥수수·밀가루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최대한 피하고, 현미나 귀리처럼 정제도가 낮은 탄수화물로 바꾼다. 상업 사료를 쓰면 탄수화물 함량이 10% 미만인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일반 사료는 보통 30~50%가 탄수화물이라 부적절하다.

직접 밥을 지을 때는 닭가슴살·소고기(저지방)를 주 단백질로 하고, 계란·생선도 좋다. 탄수화물은 현미나 고구마를 10~15% 정도만 섞는다.

고섬유질의 효과

섬유질은 혈당 상승을 느리게 한다. 포도당이 천천히 흡수되면 인슐린 필요량도 줄어든다. 결국 필요한 인슐린 용량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 강아지 중 식이 조절로 약 30~50%가 인슐린 투여 없이 혈당을 유지했다는 보고도 있다.

섬유질 원천으로는 무·당근·브로콜리(소량) 같은 저탄수 채소와 피부가 많은 현미, 오트밀, 치아씨드 같은 곡물을 쓴다. 하지만 과다하면 소화 문제가 생기므로 수의사와 상담 후 량을 정해야 한다.

간식과 교육 간식

달콤한 과자나 요구르트는 절대 금물이다. 훈련용 간식도 저당분 또는 무염 고기 조각으로 대체한다. 많은 견주가 강아지를 훈련할 때 일반 사료와 간식을 섞어 주는데, 당뇨 강아지는 이것도 조심해야 한다.

가정에서의 일상 모니터링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규칙성이 생명이다.

밥·주사 시간을 정확히

아침 7시, 저녁 6시 같은 식으로 정해진 시간에 밥을 주고, 주사도 식사 직후 또는 직전에 준다. 강아지 입장에선 매일 같은 시간에 밥과 주사가 들어오므로 패턴이 생기고, 혈당도 안정화되기 쉽다.

여행이나 일정 변경이 생기면 최대한 원래 시간을 지키려고 애써야 한다.

정기 혈당 검사

초기엔 1~2주 간격으로 혈당 곡선 검사를 받아 인슐린 용량을 조정한다. 안정화되면 4~6주마다 한 번씩 확인해도 된다. 혈당이 좋아지면 인슐린을 줄일 기회도 생긴다.

직접 혈당계로 측정하기도 하는데, 귀나 잇몸에서 혈액 한 두 방울을 채취해 재는 방식이다. 처음엔 어렵지만 수의사가 교육해 주고, 나중엔 집에서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눈 변화를 자주 들여다보기

백내장이 생기는 건 매우 빨라서, 며칠 사이에 눈이 뿌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강아지 눈을 자주 보는 습관이 백내장 조기 발견으로 이어진다. 눈빛이 조금이라도 흐려지거나 안구가 흰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즉시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강아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당뇨 진단은 끝이 아니다. 많은 강아지들이 인슐린 치료와 적절한 식이로 진단 후 5년, 10년 이상 건강하게 산다. 실명한 강아지도 냄새와 청각으로 세상을 인지하며 꽤 잘 생활한다. 견주의 세심한 관심과 규칙적인 관리가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처음 몇 개월이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에 혈당을 얼마나 잘 조절하는가에 따라 합병증 진행 속도가 크게 달라진다.


반려동물 건강 이상 시 자가진단 대신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