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상의 대형견, 특히 저먼셰퍼드가 뒷다리부터 점진적으로 약해져 결국 움직이지 못하는 질환이 있다. 원발성 퇴행성 척수병증(Degenerative Myelopathy, DM)인데, 초기에 놓치기 쉬운 증상들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진단받기 전까지 생각보다 오래 진행되기도 하고, 한 번 시작되면 멈추지 않는 질환이라는 게 보호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강아지 DM, 척수에서 일어나는 신경 손상

원발성 퇴행성 척수병증은 척수의 신경섬유가 서서히 손상되고 사라지는 질환이다. SOD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관여하며, 중년 이후 강아지에서 발병한다.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수초(myelin)가 손상되면서 신경 신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특히 뒷다리를 움직이는 신경이 먼저 영향을 받는다. 진단은 척수액 검사와 MRI 같은 신경영상으로 다른 척추 질환을 배제한 후, 임상 증상과 함께 추정 진단된다.

놓치기 쉬운 초기 증상들

고유감각 소실 — 발을 제대로 못 디딘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신호는 고유감각(proprioception) 소실이다. 개가 자신의 발이 어디 있는지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뒷다리를 절뚝거리거나 안쪽으로 구부려 걷는다.

특히 미끄러운 바닥이나 급한 계단에서 자주 헛디딘다. 처음엔 부상이나 관절염 탓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DM의 특징은 양쪽 뒷다리가 동시에 약해진다는 점이다. 한쪽만 절뚝거린다면 다른 원인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보행 이상과 뒷다리 무력화

시간이 지나면서 뒷다리의 근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산책 거리가 줄어들고, 소파에 올라가려다 미끄러운 발로 버팀목을 못 잡는다.

뒷다리가 양쪽 다 흔들리면서 휘청거린다. 이 단계에서도 "나이가 들었구나"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급격한 변화면 수의사 검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집에서 단계별로 관찰하는 방법

1단계: 고유감각 소실 신호

계단과 경사로에서의 반응을 살펴본다. 내려갈 때 뒷다리가 흔들리거나 한 발씩 신중하게 내려놓으면 고위험군이다.

미끄러운 바닥(나무, 타일)에서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정상이라면 발을 디딘 즉시 자신감 있게 밀어낼 텐데, DM 초기면 떨리거나 미끄러운 감각에 서둘러 벗어나려 한다.

2단계: 뒷다리 무력화 추적

산책 거리와 시간을 정기적으로 기록해두면 악화 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배뇨·배변 시 뒷다리로 제대로 버팀목을 잡지 못하는지 확인하라. 특히 수컷이 뒷다리를 들지 못하고 앞다리만 지탱하는 모습은 근력 저하의 명확한 신호다.

3단계: 하반신 마비

뒷다리가 완전히 움직이지 않거나 질질 끌린다. 배뇨·배변 조절 불능도 나타난다. 이 단계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손상된 신경은 되돌릴 수 없으므로 삶의 질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

신경 손상을 늦추는 재활과 물리치료

완치할 약물은 아직 없지만, 재활과 관리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남은 신경 기능을 보존하고 근육 손실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수중보행 재활

물속에서의 산책은 신경질환 관리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력이 체중을 지탱하므로 약한 뒷다리도 움직일 기회를 얻는다. 물의 저항이 근육에 부하를 줘 근손실을 방지한다.

온수풀(35~38°C)에서 10~15분 정도 천천히 걸으면 된다. 주 2~3회, 지속적으로 하면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강제로 움직이기보다 개가 자연스럽게 발을 디디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수동관절운동과 보조기

뒷다리를 움직이기 어려워지면, 보호자가 직접 무릎과 고관절을 펴고 구부리는 운동을 해줄 수 있다. 관절이 굳는 걸 방지하고 혈류를 개선한다.

후지부 보조띠도 도움이 된다. 뒷다리를 들어 올리고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줘 산책과 일상활동이 더 오래 가능해진다.

신경보호 영양 관리

식이는 진행을 멈출 수 없지만, 남은 신경과 근육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항산화·항염증 영양

산화 스트레스가 신경세포 손상을 가속시키므로, 항산화 영양이 중요하다. 비타민 E, 셀레늄, 타우린 함유 사료를 선택한다.

오메가-3 지방산(생선유)도 신경 염증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일부 수의사들은 코큐텐, 알파-리포산 같은 보조제를 권하기도 하는데, 개별 효과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므로 수의사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한다.

고단백 식단으로 근손실 최소화

신경질환이 진행되면서 근육이 빠르게 손실된다. 단백질 함량 25% 이상의 고단백 사료로 근손실을 최소화한다.

동물성 단백질(육류, 계란, 생선)이 흡수가 잘 되므로, 주 재료가 육류 기반인 사료를 고르는 게 낫다. 식욕이 줄어든 경우 따뜻하게 데워 주거나 습식사료를 섞어 섭취량을 높일 수 있다.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생명

DM은 개별차가 크다. 진단 후 1년을 더 활동적으로 지내는 개도 있고, 3년을 버티는 개도 있다. 정기적인 수의학 검진(3개월마다)을 통해 진행 속도를 추적하고, 재활과 식이를 맞춰나가야 한다.

통증이나 배뇨·배변 문제가 생기면 각각 진통제와 생활 관리법을 배운다. 남은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도록 배려하는 것도 부분적인 신경보호다.

반려동물 건강 이상 시 자가진단 대신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