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밥을 거른 지 3일만 지나면 간에 지방이 쌓이기 시작한다. 원발성 간지질증(hepatic lipidosis)이라 부르는 이 질환은 다른 동물과 달리 고양이에게 유독 치명적이다.

초기에 신호를 놓치면 2주 안에 간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양이가 갑자기 밥을 거부한다면 단순 위장질환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초기 신호 — 식욕부진 전에 나타나는 것들

식욕부진은 지방간의 마지막 신호지, 시작이 아니다. 그 전에 다른 변화들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

고양이가 평소보다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면 경고다. 수면 시간이 평소 16시간에서 18~20시간으로 늘어나거나, 사랑하던 장난감에 반응을 안 하고, 창문을 통해 밖을 보던 습관을 멈추면 무기력함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구토도 초기 신호다. 먹이를 먹은 직후 토하거나, 음식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 강압적으로 먹이를 주려 하면 역효과가 나므로 동물병원 상담이 필수다.

배 부분을 만질 때 고양이가 불편해 보이거나, 평소처럼 그루밍을 하지 않으면 복부에 이미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

황달 단계 — 눈으로 확인 가능한 신호들

황달(jaundice)이 보이면 간 손상이 진행 중이다. 늦기 전에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잇몸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평소 분홍색이었던 잇몸이 옅은 노란색으로 변하면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올라갔다는 신호다. 눈의 흰자위(공막)도 함께 노란색으로 변한다. 귀 안쪽 털이 없는 부위의 피부도 노란 기미가 도는지 확인해보자.

소변 색깔이 짙은 갈색이나 주황색으로 변하고, 대변이 옅은 회색이 되면 담도 폐색(담즙 흐름 문제)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황달 단계에서 고양이는 심한 가려움증을 느낀다. 자신의 피부를 과하게 물거나 핥아서 상처를 내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육자들이 처음에는 이를 단순한 피부 알레르기로 착각하곤 한다.

응급실에 바로 가야 할 때

고양이가 3일 이상 음식을 먹지 않으면 응급이다. 간에 지방이 급속도로 축적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2~3시간 안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의식이 흐릿해 보이거나 운동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간성뇌증(hepatic encephalopathy)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이 단계에선 하루 치료 시간이 예후를 크게 결정한다. 구토를 반복하거나 혼수 상태에 빠지면 입원치료와 강제급식이 불가피하다.

동물병원의 강제급식과 가정에서의 영양 보충

입원 초기 단계에서 고양이는 주로 정맥주사(IV)로 영양을 공급받는다. 회복 과정에서 경구 섭취를 다시 시작하는데, 이 기간이 길어지면 비위관(nasogastric tube, NG tube)을 삽입한다.

비위관은 코를 통해 식도를 거쳐 위까지 도달하는 가는 튜브다. 수의사 지도 하에 집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절대로 무단으로 시도하면 안 된다. 튜브의 위치 확인, 막힘 제거, 감염 방지 등 모든 단계를 정확하게 해야 한다.

비위관을 통한 영양 공급은 특수 음식(회복기 처방식 또는 고단백·저지방 습식사료)을 따뜻한 물에 풀어 주입하는 방식이다. 하루 3~4회 소량씩 나누어 준다. 처음 비위관 관리를 시작하는 사육자들은 정해진 용량을 엄격히 지키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고양이의 회복이 더뎌 보이면 조금이라도 더 주고 싶은 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주면 역류나 흡인이 생길 수 있으므로 수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퇴원 후 가정에서의 일일 관찰

고양이가 자발적으로 음식을 먹는지 매일 관찰한다. 처음엔 거부할 수 있으니 하루에 작은 양을 여러 번 제공하고, 반응을 기록해둔다. 음식 냄새나 온도가 개선되면 섭취량이 천천히 증가한다.

체중 감소 추이를 매일 기록하면 회복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보통 치료 2주 후부터 체중이 증가하기 시작해야 정상이다. 한 달 이상 체중이 늘지 않으면 동물병원에 알려야 한다.

소변과 대변의 색깔, 냄새, 횟수를 적어둔다. 황달이 호전되면 소변이 밝아지고 대변이 정상 갈색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이 2~3주 걸릴 수 있다.

처방된 간 보호 약물(우르소데옥시콜산, 실리마린 등)은 빠뜨리지 말고 먹이는지 매일 확인해야 한다. 용량을 절대 임의로 조정하면 안 된다.

장기 관리와 재발 방지

고양이가 한 번 지방간을 경험했다면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재발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정하고, 절대로 음식을 장시간 거르게 두면 안 된다. 가족 여행이나 생활 변화가 있을 때 고양이의 식습관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단백·저탄수화물 음식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되, 비만한 고양이라면 점진적인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 급작스러운 체중 감량도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수의사와 함께 식단을 계획해야 한다.

3개월마다 혈액 검사를 받아 간 효소 수치(ALT, AST, ALP)와 빌리루빈 수치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좋다.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릴 수 있으니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반려동물 건강 이상 시 자가진단 대신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