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잡음이 들렸다면 — 원발성 폐동맥판 협착증을 알아야 하는 이유

건강 검진 때 수의사가 "약간의 심잡음이 들린다"고 했다면 엄마 아빠 손에 땀이 난다. 특히 대형견이나 특정 견종(스코틀랜드 테리어, 불독, 복서 등)을 키운다면 더 그렇다.

원발성 폐동맥판 협착증(Pulmonary Stenosis)은 폐동맥의 판막이 좁아지는 선천성 심장질환인데, 선천성 심장병 중 약 25~30%를 차지한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하고 식이·운동 관리를 잘하면 수십 년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방치하면 급격히 진행되기도 한다. 가정에서 어떤 증상을 봐야 하고, 언제 병원을 가야 하는지 알아두는 것만으로 차이가 생긴다.

초기 증상 — "이상한데?" 싶을 때가 바로

원발성 폐동맥판 협착증은 대부분 강아지가 어릴 때(6개월~2세)부터 나타나지만, 심한 정도에 따라 증상이 거의 없다가 중년에 갑자기 악화되기도 한다.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신호는 심잡음이다. 정기 검진 때 수의사의 청진기에 걸린다. 하지만 심잡음만으로는 심각도를 판단할 수 없다. 이것이 앞뒤 재검진과 초음파가 필요한 이유다.

그 다음이 운동 불내성이다. 같은 또래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데 우리 아이만 10분도 못 가서 헐떡인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금세 가만히 누워버린다? 이건 체력 문제가 아니라 심장이 산소를 충분히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직접 경험해보니 초기에는 날씨가 덥거나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증상이 더 두드러진다. 부모들이 "나이 때문이겠지" 하며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다.

이 외에 호흡곤란, 피로, 기침, 졸도(심각한 경우) 등이 나타난다. 호흡수를 재보면 정상(10~30회/분) 대비 훨씬 빠를 수 있다.

심잡음 단계별로 보는 진행 과정

수의사는 심잡음을 1~6등급으로 분류한다.

I~II등급: 청진기로 가까이 대야만 들리는 미세한 음. 많은 경우 경과 관찰만 한다. 초음파 검사로 협착 정도를 확인하되, 임상 증상이 없으면 약물 치료를 미룬다.

III~IV등급: 분명히 들리는 심잡음. 초음파에서 판막 협착이 확인될 확률이 높다. 여기부터는 정기 검진(연 1~2회)과 혹시 모를 증상 악화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

V~VI등급: 매우 큰 음으로, 청진기 없이도 손으로 만져질 정도의 떨림(thrill)을 동반한다. 임상 증상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며, 약물 치료나 수술을 검토해야 한다.

단, 심잡음 크기가 반드시 임상 증상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게 함정이다. I등급인데도 호흡곤란이 있는 강아지도 있고, IV등급인데도 아무 증상이 없는 강아지도 있다. 그래서 초음파 검사와 임상 관찰이 함께 가야 한다.

집에서 챙기는 관찰 포인트

호흡 상태 기록하기

안정된 상태에서(자고 일어난 직후) 1분간 호흡 횟수를 센다. 정상이 10~30회이므로 이를 넘으면 메모해둔다. 같은 시간대·같은 상황에서 반복 측정하면 추세를 볼 수 있다.

운동 후 회복 시간

"15분 산책 후 얼마나 빨리 진정되는가"를 기록해둔다. 정상 강아지는 10~20분이면 심박수가 돌아온다. 30분 이상 헐떡인다면 그 기간을 쓰고 병원 방문 시 알린다.

청색증 확인

잇몸이나 혀가 핑크색이 아니라 퍼런 색이 보이면, 산소 부족의 신호다. 협착이 극히 심할 때만 나타나므로 이 경우 긴급 내원이다.

체중과 식욕

특별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 체중이 줄거나 밥을 남긴다면, 심장 기능이 악화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저나트륨 식이 — 심장 부하를 줄이는 식판

폐동맥판 협착증이 진행되면 좌심실이 비대해진다(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짐). 나트륨은 몸의 체액 양을 증가시키고, 이는 심장이 더 많은 혈액을 펌프질하도록 강요한다. 그래서 질병이 진행된 강아지에게는 저나트륨 식이가 필수다.

일반 사료 vs 처방식

일반 상용 사료는 나트륨을 0.51% 함유한다. 처방식(심장 질환용 다이어트 푸드)은 0.30.5% 수준으로 낮춘다. 수의사가 처방하면 처방식으로 전환하되, 급하게 바꾸지 말고 2주에 걸쳐 천천히 섞으면서 바꾼다. 갑작스러운 식단 변화는 소화 장애를 일으킨다.

가정식 추가할 때 주의점

토핑이나 보식(밥에 섞어주기)을 할 때는 절대 염분을 넣지 말아야 한다.

좋은 식재: 염분 없는 닭가슴살, 소시지 없는 쇠고기, 흰살 생선(흰살 흰살 생선이 나트륨이 적다), 계란, 삶은 고구마

피해야 할 것: 가공 육제품(소시지, 핫도그, 치즈), 염장 반찬(김, 멸치, 깍두기), 사람 밥 반찬, 라면, 국물

요즘 펫 간식 중에도 "저나트륨" 표시가 있는 제품들이 있다. 구매 전 뒷면 성분표의 나트륨 수치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정기 검진과 약물 관리

협착이 발견되면 임상 증상이 없어도 연 1회, 증상이 있으면 연 2회 검진을 한다. 초음파로 심실의 비대 정도를 모니터링한다.

협착이 진행 중이거나 증상이 나타나면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베타차단제(심박수 감소, 심장 부하 감소)나 ACE 억제제(혈관 이완)가 주로 쓰인다. 약은 평생 복용할 가능성이 크므로, 정기적으로 수의사와 용량을 재검토해야 한다.

극히 심한 협착(V~VI등급)에는 수술(폐동맥판 확장술)도 선택지가 되지만, 모든 강아지가 수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전문 심장 수의사와의 상담이 필수다.

견종 맞춤 예방과 조기 진단

스코틀랜드 테리어, 불독, 복서, 버니즈 마운틴 도그 등은 원발성 폐동맥판 협착증의 소인이 더 높다. 이런 견종이라면 생후 612개월에 한 번, 최소한 12세 사이에 심초음파를 받을 것을 권한다. 조기 발견이 삶의 질을 크게 바꾼다.

혹시 번식 계획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협착이 있는 개체는 번식에서 제외하는 것이 윤리적이고, 이는 견종의 유전병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 건강 이상 시 자가진단 대신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세요.